조 은 미 Cho Eunmi

작가노트

對不起 뚜이부치. ‘죄송합니다.’ 중국어로 '미안하다'의 공손한 표현이다. 한자로 직역하자면 일어서서 대면할 수 없다.즉 당당히 설 수 없는 상황이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시간이 존재를 만드는가? 존재가 있기에 시간을 말하는 것인가? 이번 작품의 시작은 위의 질문에서부터 시작 되었다.뫼비우스의 띠처럼 존재와 시간의 선후는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이다. 완벽함과 불완벽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에 따라 찰나의 완벽도 미미한 조각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무의미의 작은 존재도 시간을 머금고 완벽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찰나의 무상無相을 명확한 어떤 존재라 명명 지을 수 없다.

제작방법에 있어서 본 작가는 원과 육면체를 완벽한 형태라는 가정 하에 두 도형의 변형으로 완벽을 일그러뜨렸다. 제작된 오브제 위에 옹기토(저화도 점토)와 백토(고화도 점토) 를한겹한겹쌓아올린다.기물이지탱할수있을때까지시간을갖고건조되어힘이생기기를기다려야한다. 그러나너무말라도안된다.적당한수분을머금고있어야무너지지 않는다.건조상태에따라옹기토와백토를덧발라올라갈때,균열로파손될수도있기때문에서두르지않고천천히기다려야한다.그렇게천천히흙슬립을쌓아올라가다 보면어 느 순간 처음 제작 했을 때 의 질감이나 형태는 사라지고 변형된다. 옹기토와 백토는 저화도와 고화도의 점토이다. 다시 말해 소성 온도에 따라 굉장히 불완전할 수 있는 성질의 두 점 토의 만남인 것이다. 소성 온도에 따라 수축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사이의 흙에서는 균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나무껍질처럼 겹겹이 갈라져 일어난다. 수십 일에 걸려 완성된 형태는 가마에 들어가 또다시 수 십 시간을 기다린다. 35시간이상 소성을 마치고 덧바르기 작업과 긴 시간의 소성은 반복된다. 긴 시간 끝에 한 존재가 탄생한다. 서두르다 보면 작품 은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져 사라져 버린다. 시간과 존재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탄생으로 시간은 의미 있게 되었다. 존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형되었고 사라졌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패러독스 안에 작품은 시간을 머금고 존재로서 다가 간다. 하지만 이 존재가 또 다시 시간 안에 계속 진화하게 될 것이다. 불완전한 존재로서 시간과 존재는 돌고 돈다. 찰나의 무상의 존재는 對不起 하다. 물론 본 작가는 존재와 시간이라는 두 관계 속에 복잡한 관념과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하였지만 본 작품이 대중들에게는 그저 앉아 쉴 수 있는 교상(交床)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루터기가 여행자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듯이...

✔︎ Tap and show more information.